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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생각/집사의 책리뷰

[300번 대 책리뷰]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by Zulo 2020.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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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에 앞섰던 전라도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치에 무지했다.

 

항상 정치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HUH? 무슨 일이야? 하며 주변인들에게 정황을 듣기 일수였다.

(돌아보면 아주 무지가 아주 톡톡 튀는 순간들이였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경제와 정치가 맞물려 돌아가는 사태를 보며, 선거를 통해 정말 선택을 잘 해야겠구나 느꼈다.

하지만 나는 정치를 잘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 지적 배고픔에 또 300번 대를 서성이게 되었던 것이다.

이 때까지 전공도 그러했고 계속 해서 600번과 100번을 왔다갔다 했으니 말이다. ㅎ

그래서 고른 책은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 독재부터 촛불까지, 대한민국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강원택 지음(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21세기 북스

 

 

정말 한국 정치 무지깽이가 읽기 너무 너무 너무 좋은 책이었다.

 

서가명강 시리즈는 내가 애장하는 시리즈 이다. 1권 '매주 시체를 보러 갑니다'도 얼마나 흥미로운 주제인가.

그것도 서울대에서 가장 잘나가는 명강을 글로, 유튜브로, 팟캐스트로 볼 수 있다니 세상 얼마나 좋아졌는가.

많이 유식해져서 살기 좋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보탤 수 있도록 읽어보자.

 

이렇게 과거의 역사를 통해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 체계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운 점이 몇 가지 있는데 -

 

흥미로운 점 1

특히 놀랐던 대해목은 처음 연방정부가 생각했던 것은 '대통령제'가 아닌 '내각제'로 가려고 했다는 점.

너무나도 신기했다. 지금의 일본과 같은 시스템으로 갈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승만'이라는 첫 대통령의 인기가 대중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 그 분이 '내각제'로 했다가는 자신은 정치에서 빠지겠다는 것 때문에 '대통령제'로 결정했다는 것. 그것도 단 30분 만에... 30분만에 이뤄진 것은 그 전에 모두 다른 방식들을 대안들을 마련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흥미로운 점 2

여기서 어떻게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그 당시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기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이승만과 보통 국민들의 격차는 굉장히 컸을 터인데 말이다. (이승만은 유학파에 영어에도 능하고, 부를 축적한 사람이었을텐데... 대중들의 공감을 어떻게 이끌어냈었을까)

그가 궁금하다

 

흥미로운 점 3

나에게 종종 왜 전라도 사람들은 김대중이며 노무현한테 죽고 못사냐는 말을 종종 들었다.

그것은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적에 전남대 근처를 지나갈 때, 자욱한 체류탄 연기와 그 때문에 눈을 뜰 수 없는 아픔이 나의 기억 속에 박혀 있기 때문이며,

내 아빠와 엄마, 그리고 외할머니, 할아버지 등은 민주화를 위해서 더욱 잔인한 모습들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더 객관적으로는 이 책의 말을 빌려 말하자면,

 

p.230 지역주의 정당정치의 등장

 민주화 이후 치러진 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지역주의 정당정치가 출연한다. 지역주의 정치에는 분명 역사적 이유가 있는데, 먼저 박정희 시대의 경제 성장은 수출 지향 정책에 기반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공업화가 이뤄진 것은 수출과 관련된 인프라가 갖춰졌거나 지리적으로 유리한 곳이었다. 이 때문에 인천 등 수도권과 함께 부산, 마산, 창원, 울산, 포항, 대구, 구미 등에 공업단지가 들어서게 되고 이 지역에는 근대화, 도시화가 진행된다. 이에 호남 지역은 이러한 혜택에서 벗어나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에 놓이게 되었다. 지역주의 정치의 한 요인은 이러한 경제개발 시대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민주화 직후 가히 '폭팔적'이라고 할 만큼 거세게 터져 나온 지역주의의 원인은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과 관련이 깊다. 신군부에 의해 가혹한 억압을 받은 광주 시민, 그리고 호남 유권자들에게 당시 그것과 관련하여 사형을 선고받고 고통을 겪은 김대중은 지역 주민이 갖고 있는 아픔의 상징이 되었다. 이후 민주화와 함께 정치적 공간이 열리고 김대중이 대통령으로 출마하면서 호남 유권자들이 정치적으로 결집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호남의 지역주의에 다른 지역 역시 유사한 형태로 반응하면서 지역주의 정당정치가 부상하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요인 이외에도 1987년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이 은밀히 지역감정을 의도적으로 부추긴 측면도 있다.

 민주화 이후 상당한 기간 동안 지역주의가 선거를 말 그대로 '지배'해왔다. 사실 당시 정당들은 모두 보수 정당으로, 이념 및 정책적 차별성 없이 지역의 이익을 대표하는 모습을 띨 뿐이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대로 이러한 지역주의에 단순 다수제 선거제도가 결합하면서 새로운 정당의 진입은 쉽지 않았다. 지역주의 정당들만이 존재하는 폐쇄된 정당 체제였다. 곧 지역주의 정당들끼리 권력을 독점 하는 카르텔 정당 체제였다.

 

그렇다 - 호남이 괜히 이렇게 된 게 아니다...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차별에 의해서 똘똘 뭉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흥미로운 점 4

민주화는 어떻게 해서 대중화가 되었을까.

저자는 교육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p.272 이처럼 우리나라 개헌의 역사는 대부분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적 가치나 질서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그렇지만 권위주의 통치자에 대한 국민의 저항은 민주화 때까지 계속되었다. 심지어 유신 체제나 전두환 체제와 같은 무시무시한 상황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의 저항은 끊이지 않았다. 어디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까?

 그런 점에서 4.19 혁명의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다 싶이 교육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우고 보는 눈을 바꿔준 듯하다. 서울대학교에 처음 정치학부가 생기면서 교수와 학생들이 먼저 민주주의에 대한 전문적인 의식을 일깨우고 그 다음으로 각기 각층에서 일어난 4.19 혁명이나 6월 항쟁을 보면 알 수 있다. 설득력있는 그의 등장에 맞는 말같기도 하다.

 

흥미로운 점 5

김대중은 정말 7전 8기의 사나이였다는 걸 책을 보며 느꼈다. 정치적 압박으로 인한 망명과 투옥 생활도 있으셨지만 민주화에 대한 끈을 놓지지 않으면서 계속해서 도전했다. 그의 평전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엄청난 독서량도 무시할 수 없었다. 엄청난 사람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그이기에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고, 노벨상까지 거머지게 된 것 아닐까.

 

강원택 교수의 명쾌한 설명과 딱 떨어지는 문장력에 정말 쏙쏙 잘 들어왔던 책이다. 한국정치에 대해서 처음 배우고 싶은 분에게 이 책을 강추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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